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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만(滿)」

부천시민의 시선으로 10,000시간의 문화예술경험을 이야기하는 '시민의「만(滿)」'입니다.

당신의 미래엔 소사동이 있나요?

글 | 이서이(2020 부천생활문화특파원 소사)

부천시 소사동은 나에겐 항상 애틋한 마음이 들게 하는 동네다. 부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24년째 소사동에 살고 있는 24살. 나는 언제나 부천 사람이었고 언제나 소사동 사람이었다. 그런 내게 운이 좋게도 부천지역문화활동가 지원사업인 ‘떴다! 생활문화 특파원’에서 소사지역 활동가로 함께할 기회가 생겨 2020년, 소사동에서 문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내가 기획한 프로젝트 이름은 <소새울 아지트 프로젝트>로, 소사동에서 살아가고 있는 1020세대 각자만의 아지트를 묻고 그들의 미래엔 소사동이 있는지 묻는 프로젝트였다.

처음에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내가 사는 소사동을 돌아보면서 문득, 내 미래엔 소사동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사동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면 서울로 가겠지.’ 정도의 막연한 생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바로 그 생각에서 출발해 ‘그렇다면 내 또래의 1020세대들도 대부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물음까지 도달하여 기획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미 20대부터 소사동을 떠난 친구가 많기 때문에 소사동에 10년 이상 살아 온 10대 친구들에게 더욱더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그들에게 소사동에 대한 기억과 의미를 묻고, 39장의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일주일간 자신만의 소사동 아지트를 기록하도록 했다. 그렇게 프로젝트 영상과 필름 사진 전시회의 형태로 결과물이 탄생했다.

인터뷰는 어렸을 때 많이 갔던 놀이터나 문구점은 어디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소사동 장소는 어디인지 등 가볍지만 누구나 추억할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했다. 그래서인지 더 공감 가는 생생한 인터뷰가 되었다. 또한 소사동은 오래된 동네이기에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때문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들의 추억이 곧 오랜 시간 소사동에 사는 부모님 세대의 추억이기도 하여 더욱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의 메인 질문이자 주제는 ‘당신의 미래에는 소사동이 있나요?’였다. 사실 나는 이 질문을 ‘당신은 미래에도 소사동에 살 건가요?’라는 의미로 생각하며 물었다. 이 질문에 총 6명의 참여자가 가지각색으로 대답했는데, 그중 한 답변이 프로젝트의 최종 방향성을 잡는 계기가 되었다.

「“네. 제 미래엔 소사동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커서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소사동은 제 어린 시절을 함께한 곳이기 때문에 항상 기억하고 간직할 것 같아요.”」

이 답변을 듣고 깨달았다. ‘아, 소사동에 살지 않는다고 해서 미래에 소사동이 없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이 프로젝트 속에 소사동에 계속 살아달라고 설득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미래에 자신이 살던 소사동을 좋은 동네였다고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미래엔 소사동이 있나요?’라는 물음은 ‘미래에도 소사동에 계속 살 건가요?’와 함께 ‘미래에도 소사동을 계속 기억해 줄 건가요?’라는 물음과도 같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그렇지만 부천 속에서 살아가는 10대들이 자신의 생각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인터뷰를 촬영하며, 나도 그들과 함께 우리 세대들이 추억하고 만들어갈 새로운 부천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은 저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우리 생활에 긴밀히 연결되어 지역을 다양한 시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소사동 사람들이 많이 보고 많이 추억했으면 해서 일부러 전시를 소사동 한가운데에서 진행했다. 더불어 소사동이 나에게는 따뜻하고 항상 그리운 공간이라서 영상 색 보정도 따뜻해 보이도록 편집했다. 프로젝트를 관람하는 분들도 따뜻한 소사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기에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후기는 ‘소사동이 이렇게 예뻤어?’였다. 내가 살고 그들이 살아온, 우리가 사는 이 동네가 따뜻한 추억이 잔뜩 담긴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혹시나 우리가 미래에 소사동에 살지는 않더라도, 소사동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미래 속 한 페이지 정도에는 지금 살고 있는 그 동네를 그려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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