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만(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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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다운’ 생활문화를 고민하다

글 | 장경열(부천사람들 대표) · 2020-11-03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맞벌이를 하며 남들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작은 바람이라면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우리 아이와 매일 저녁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었지만 실상은 잠이 덜 깬 아이를 제일 먼저 어린이집에 맡기고 제일 늦게 찾는 반복된 생활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그런 세월이 한참 지난 후 첫째 아이는 사리를 어느 정도 구분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고 아내와의 상의 끝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둘째 아이마저 집은 잠만 자는 곳이라는 인식을 주기 싫어서 퇴근 후에는 사법고시를 치르는 각오로 블로그를 공부했고 3년이 지난 후에는 퇴사를 하고도 경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장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가 생기다 보니 비로소 부천이라는 내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부천문화재단 시민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3기 교육생에 선발되었습니다. 15년 전부터 영상 편집을 공부했었지만 이곳의 인증된 강사님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아 실력은 더 늘었고 2달의 교육기간 동안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어느덧 교육이 끝나고 수료식이 있던 날 동기들끼리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자 시작한 모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부천사람들’의 시작이 되었습니다.(관련 영상: 부천사람들 유튜브 채널) 부천과 관련된 영상을 제작하려고 모인 동호회였지만 부천사람들이라는 이름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결혼 후 10년 넘게 살고 있는 부천이었지만 부천사람들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문화도시 부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모습들이 보였고 그 중 생활문화에 대한 관심도 생겼습니다.

생활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다 보니 재단 생활문화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생활문화 활동 지원사업 키위에 도전을 하게 되었고 운 좋게 올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키위 사업을 통해 부천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것은 부천의 생활문화 확산을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활문화 동호회나 개인을 조금 더 멋진 영상으로 담아 그들의 모습을 홍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가 벌어졌고 생활문화 현장 역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코로나19에 적응하는 동안 많은 것을 하지 못해서 답답했지만 그 속에서도 생활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되기 힘들 것 같았던 제6회 부천생활문화페스티벌 온택트 다락(多樂)의 축제추진단도 결성이 되었고 또 한 번의 우연으로 저희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락 축제는 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축제로 병행하게 되었고 온라인 공연을 신청한 팀들 중 여섯 팀의 공연영상을 부천사람들이 촬영과 편집을 하게 되었습니다.(관련 영상: 다락 온라인 공연 촬영 현장)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전문적인 음향시스템과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공연을 해야 하는 팀들이 소박한 저희의 카메라 앞에서도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춤을 추며 연주를 하였고 그 모습을 보는 저희 역시 그들의 열정에 동화되었습니다.

축제를 일주일 남기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증가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전환되었고 다락(多樂)의 오프라인 공연은 전면 취소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온라인 공연뿐이라서 저희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영상 제작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오프라인 공연은 다양한 장소에서 열릴 계획이었지만 온라인 공연은 재단 생활문화지원센터 유튜브 채널에서 관람해야 했습니다. 온라인 공연 영상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유튜브로 보는 공연에서 얼마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팀들의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어서인지 온라인 공연의 반응은 엄청나게 뜨거웠고 그 과정의 일부를 함께 했던 저희들의 가슴도 벅차올랐습니다.(관련 영상: 다락 온라인 공연)

코로나19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을 이룬 축제가 되었지만 절반의 성공을 이루기까지 생활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과 관계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생활문화 현장을 지키는 가운데 바쁜 시간을 쪼개서 다락 축제를 준비했던 많은 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생활문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모여 단체를 이루고 그 단체들이 모여 지역의 생활문화를 발전시키는 선순환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활문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생활문화가 발전한 지역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행복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화생활과 생활문화를 구별하지 못했던 저였지만 이제는 생활문화 현장에서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현재 저와 같은 한 사람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내년에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보다 부천다운 생활문화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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