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만(滿)」

부천시민의 시선으로 10,000시간의 문화예술경험을 이야기하는 '시민의「만(滿)」'입니다.

부천, 한국의 몽마르트를 위하여

글 │ 이종헌(콩나물신문협동조합 이사) · 2020-01-30

정년을 7년 남긴 상태에서 미련 없이 교단을 떠났다. 만류하는 지인들에게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지만, 나도 못 믿는 그런 고상한 핑계를 누가 믿으랴? 생각해보니 이유는 많았다. 더는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 가르치는 일이 재미가 없어서,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등등…. 모두 중요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인제 그만,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는 내 안의 목소리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싶은데?” 사람 사귀는 일에 젬병일 뿐 아니라, 세상 물정에도 어두운 내가 혹시 무슨 사업에라도 뛰어들어 패가망신할까 봐 걱정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그냥 섬에 가서 글이나 쓸 거요.” 하고는 교문을 박차고 나왔다.

지금도 사람들은 내가 어디 거문도나 흑산도 같은 섬에 들어가 창작 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줄 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천에 살고 있다. 왜 떠나지 않았냐고 질책성(?) 멘트를 날리는 지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엉터리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내가 말하는 섬은 다름 아닌 도시를 말하는 거랍니다. 왜냐구요? 도시는 고독한 영혼, 외로운 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요. ㅎㅎ!”

은퇴 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사니 나름 대한민국에서 최고 행복한 사람이다.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여행기도 쓴다. 운이 좋은 건지, 작품이 훌륭한 건지,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나의 시는 춘의역, 상동역, 종합운동장역 등 7호선 전철 스크린도어와 버스정류장에 게시되어 있다. 작가로서 무지무지 큰 보람과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 혼자만 행복하면 무슨 재민가?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또한 작가의 사명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콩나물신문이다.

콩나물신문의 조합원이 되고 나서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는 전국적으로 수많은 협동조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시대에 신문발행을 목적으로 탄생한 콩나물신문 협동조합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주 2회 종이신문을 발행하며, 일일 방문객 5천에서 1만 명 수준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런데도 창간 당시와 비교해 그 외연이 좀처럼 확장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콩나물신문의 외연 확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부천의 예술가> 시리즈를 연재하기로 했다. 우리 부천은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줄곧 ‘문화도시’를 표방해왔고, 지난해 말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2020 문화도시’에 선정된 바 있다. 문화란 그 개념이 워낙 광범위하여서, ‘문화도시’가 곧 ‘예술 도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에 있어 예술가들의 역할이 막중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부천에는 어떤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는가? <부천의 예술가> 시리즈는 이처럼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하여 부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각 분야의 명망 있는 예술가들을 소개함으로써 부천시민의 자긍심과 문화도시 부천의 위상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자 한다.

<부천의 예술가>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우리 부천에 생각보다 많은 예술가가 살고 있으며 그들의 예술적 성취 또한 절대 낮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 예술가와 시민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할 때 우리가 꿈꾸는 문화도시 부천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이는 부천을 한국의 몽마르트로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터무니없는 공상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시민들의 문화 수준 또한 높으니 이만한 조건을 갖춘 도시도 찾기 어렵다. 예술가들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시민과 소통하고 연대하도록 다리를 놓아준다면 부천이 한국의 몽마르트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부천의 많은 예술가와 시민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도록 사랑의 오작교를 놓는 데에 이번의 <부천의 예술가> 시리즈가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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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종헌(콩나물신문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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