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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만(滿)」

부천시민의 시선으로 10,000시간의 문화예술경험을 이야기하는 '시민의「만(滿)」'입니다.

그림책으로 여는 ‘인생 2막’ 인생의 디딤돌이 되어 준 ‘그림책 마음 테라피’

글 | 신혜옥(부천 시민기획단원)

36년이란 세월을 직장과 집을 오가며 쳇바퀴 돌 듯 살았다. 그것이 삶의 전부인 듯 아주 열심히 말이다. 건강을 이유로 퇴직하고, 내게 주어진 많은 시간을 짜임새 있게 보내기 위해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려봤다. 노래 교실, 영어 회화, 수영, 스포츠 댄스, 기타 교실, 골목길 여행, 동화 구연…. 그러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자 하는 내 마음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시민문화기획단’을 알게 됐고, 호기심이 많은 나는 참여해보기로 했다.

곧 시민기획단원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 열렸다. 문화예술 분야의 기본 소양을 기르고, 우리의 역량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에 걸림돌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을 디딤돌로도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뜻이 맞는 단원들과 ‘해달(해와 달을 의미)’ 그룹을 만들었다. 그림 동화책을 매개로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5명이 모였다. 우리의 활동을 통해 우리 그룹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우리의 프로젝트 ‘그림책 마음 테라피’는 이렇게 첫발을 뗐다.

단원 중엔 오랫동안 독서 지도와 토론을 이끌어온 노원화님이 있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노원화님의 추천으로 그림 동화책을 고르고 읽으면서 ‘이 그림 동화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를 토의했다. ‘그림만 보고 책의 내용을 짐작해보기’, ‘책 읽고 내 생각 말하기’, ‘질문 만들어 보기’, ‘비밀 편지 쓰기’ 등 다양한 활동도 해 보며 우리 단원들의 감수성도 커졌다.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내 마음을 다스리고, ‘힐링’하며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시민과 함께하는 날의 전체적인 진행은 노원화님이 맡고 다른 4명의 단원이 시민 그룹 한 팀씩을 맡아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년, 2회에 걸쳐 직접 시민과 함께 프로젝트를 실행했을 때의 그 두려움과 뿌듯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맡았던 한 분은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우연히 우리의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찾아왔다고 했다. 순간 난 놀라웠다. ‘잘 오셨어요.’라며 반겼지만, 혹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일이 없을지 내심 무척 조심스러웠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내 걱정과 달리 그분이 “마음이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잠시나마 이 프로그램으로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많이 힐링 되었어요. 이번 기회가 삶을 돌아보며 더 용기 내어 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힘이 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환한 얼굴과 그 모습을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나의 마음은 얼마나 뿌듯했던가! 그림 동화책은 아이들만 읽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림 동화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연구하고 직접 실행하기까지 ‘해달’ 단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나의 ‘성장’이자 ‘기쁨’이었다. 그림 동화책을 매개로 공감대를 나누고 아픔과 슬픔, 기쁨과 두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삶의 경험을 나누며 새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서로의 지원자가 되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민기획단 활동은 이렇게 내 인생 2막의 디딤돌이 됐다.

우리 단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획한 프로젝트가 실행되기까지, 많은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림 동화책의 매력을 알게 해 준 우리 단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 글 | 신혜옥(부천 시민기획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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