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민의「만(滿)」

부천시민의 시선으로 10,000시간의 문화예술경험을 이야기하는 '시민의「만(滿)」'입니다.

작업실을 꾸리고, 예술 워크샵을 운영한다는 것은2018

김준서│예술가('2018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 참여)

저는 조소를 전공하고 설치미술을 하는 작가입니다.


설치미술이라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의 미술을 말합니다. 과거엔 운동장에 분필가루로 거대한 메세지를 그리거나, 공사장 분진막에 대형 포스터를 만들어 설치하는 게릴라성 설치미술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모터로 작동되는 기계장치를 만들거나 종이모형으로 시각적 공간을 구성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매번 생각과 관심사가 바뀌다 보니 표현방식에 일관성은 없습니다. 진정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창작활동의 즐거움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관성 없음’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미술을 시작한 계기는 전국 사생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일입니다. 이 때 어머니가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 반강제적으로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63빌딩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100여명의 금상 수상자가 줄을 서서 상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타의로 시작한 미술이지만 지금은 창작에 즐거움을 느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사동에는 에니메이션 감독인 아내와 같이 사용하는 지하 작업실이 있습니다. 작업실 밖은  1층 간판 사장님의 녹슨 간판 폐기물들이 쌓여 있고, 유모차와 킥보드가 입구를 막고 있어 언뜻 보기엔 작업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작업실임을 알 수 있는 간판이나 흔한 사인물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가 파란 철물을 열면 제법 구색을 갖춘 작업공간이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지하 창고였습니다. 비가 오면 어디서 새는지 알 수 없는 빗물이 고이고 거센 장맛비에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폭포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형형색색의 곰팡이와 녹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는 공구들은 덤이었습니다. 처음 2년 동안은 창작활동보다 곰팡이 제거에 쏟은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업실의 구조는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에선 목공 작업과 용접, 전기 작업을 합니다. 오른쪽은 아내가 촬영을 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함께 작업실을 사용하면서 좋은 점은 각자의 창작활동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함께 예술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내의 에니메이션을 촬영할 때에는 촬영조명과 접이식 노트북 거치대, 풋 스위치, 촬영 테이블을 제작해 혼자서 촬영 작업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 작업실에선 ‘금일휴업’이라는 간단한 소품 만들기 워크샵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일휴업’은 서로가 작품 활동이 없을 때, 작업실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한다는 컨셉으로 기획했습니다. 전시 후 남는 목자재를 활용해 화분, 시계, 액자 등을 제작하고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소품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참여자는 매 회 2시간 동안 소품을 제작하고 완성된 소품은 직접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제작했던 소품 중에 목재 액자가 선물과 웨딩 디스플레이로 활용돼 인기가 많았습니다.


a2e046b82f57013eed2073ba6b74d8e3202415.jpg올해는 작업실을 벗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네 놀이터에서 워크샵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아동용 테이블과 의자를 제작하고 붓, 도토리, 나뭇잎, 솔방울, 나무토막을 사용해 아이들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림을 다 그린 아이는 그림이 마를 때까지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하고, 그림이 마르면  나무 액자에 넣어 주었습니다. 특별한 홍보 없이도 많은 아이들이 참여했고 함께 온 부모님도 자연스레 보조강사 역할로 참여해 진행이 수월했습니다. 준비한 40여개의 액자는 모두 동이 날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누군가는 제가 이익이 생기지 않는 워크샵을 진행하는 이유를 물어봅니다. 올해만 ‘금일휴업’으로 12번의 워크샵, 한 번의 ‘놀이터 워크샵’, 그리고 워크샵에 따른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 했습니다. 이런 워크샵을 저의 본 작업과 병행하는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디자인 요청에도 협조적이지 않은 참여자도 있었고, 재료를 준비해 두었는데 아무런 통보 없이 연락이 안 되거나, 제작에 대한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에도 작업실 워크샵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예술 활동에서 얻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작업실 워크숍을 하다 보면, 평소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며 귀찮아했던 것들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반응도 살필 수 있습니다. 워크숍 과정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얻어 개인 전 및 다른 프로젝트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2017년. 이란 제목으로 진행했던 개인전은 워크샵 때 만들었던 액자를 활용한 설치미술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렇듯 저 또한 홀로 작품을 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세상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때론 바쁜 일정으로 워크숍 진행이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며 창작자로써의 생각과 마음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업실을 꾸리며 워크숍을 진행한 2년 여 간, 사람들에게 저의 전문분야를 가르쳐 주었지만 그 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술활동을 기획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 필자제공

이런기사는 어떠세요?

당신의 미래엔 소사동이 있나요?

당신의 미래엔 소사동이 있나요?

나의 시절을 함께한 부천에서 그리는 꿈

나의 시절을 함께한 부천에서 그리는 꿈

‘부천다운’ 생활문화를 고민하다

‘부천다운’ 생활문화를 고민하다

환경 감수성, 교실 밖 산자락에서 배워요!

환경 감수성, 교실 밖 산자락에서 배워요!

음악으로 발견하는 '우리'라는 '즐거움'

음악으로 발견하는 '우리'라는 '즐거움'

물이 가득 찬 병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

물이 가득 찬 병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

자연과 공존하는 풍요로운 미래 도시를 상상합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풍요로운 미래 도시를 상상합니다.

마을신문 기자,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마을신문 기자,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장애인에게는 기회를 문화에는 다양성을 사회에는 포용을

장애인에게는 기회를 문화에는 다양성을 사회에는 포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