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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만(滿)」

부천시민의 시선으로 10,000시간의 문화예술경험을 이야기하는 '시민의「만(滿)」'입니다.

사람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의 공간 삐지트 [B:zit]2018

임민아│누구나미디어협동조합 이사장

원미동에 문을 연 공간 삐지트(B:zit)!
영단어 Broadcast (널리 알리다, 방송하다)와 zit(살다, 살아가다, 생활하다)의 합성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오픈플랫폼


10여 년 동안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제가 현장에서 인터뷰하며 만났던 수많은 사람 중, 마음이 통하고 함께 걷고 싶은 좋은 사람들과 공간을 열었습니다.


혼자서 하는 일은 재미없는 사람들, 네트워크와 협력, 공유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사진 속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임민아, 이득규, 정성훈, 김덕영, 고천성, 안숙형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청년활동가 김남두, 김성민까지.


삐지트 입주 단체와 운영위원을 한 사람씩 뜯어보면, 이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2014년 수원시 행궁동에서 골목잡지 <사이다>를 만나고 돌아오며 부천에도 '사람냄새'나는 마을잡지를 만들어보자고 했던 게 <마을콕>이었습니다. 지역이 뭔지, 마을이 뭔지, 공동체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죠. 꼬박꼬박 월급 받으며 편하게 일했던 직장인이 회사와 연을 끊고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습니다.


신문도 좋고 잡지도 좋지만, 인쇄물에 박힌 글자로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우리의 목소리와 숨소리로 녹음해 공유해보자며 뭉친 사람들이 이득규 피디와 정성훈 선수였습니다. 2016년 2월, 몹시도 추운 날 원미동 모처에서 <삐틀스> 첫 방송을 녹음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편하게 앉아 녹음할 공간이 없었던 우리는 장비를 들고 메뚜기처럼 이 동네, 저 동네 옮겨 다니기 일쑤였죠. 마땅히 빌릴 공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어딘가에서 숨죽여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습니다.


가끔 그런 질문을 듣습니다. 대체 왜 그 짓을 하고 있냐고. 한참을 생각해봐도 딱히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좋았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속 시원하게 가슴에 담았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사람들과 함께 누리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몇 차례 방송을 녹음하고 SNS를 통해 삐틀스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습니다. 우리가 들고 있던 마이크가 이웃들을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된 거죠.


그리고 곧 공간이 절실해졌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공간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삶과 살아내려는 그 몸짓을 '제대로' 기록하고 알려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든 마음대로 모여서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의 놀이터, 모두의 놀이터'가요.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
1970~80년대,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동네
성장과 소외, 풍족과 빈곤이 치열하게 갈등하며 공존했던 곳(JTBC 손석희 앵커브리핑 중)


원미동에 공간을 마련하고 첫 번째 기획전시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활동이 어떤 건지 동네 분들에게 알리고, 함께하자며 손을 내밀고,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앞으로도 응원해주십사 부탁드리기 위한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였습니다.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바닥, 겨우 페인트칠만 되어 있는 벽, 한겨울 냉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지난해 겨울. 원미동을 사진에 담았고, 원미동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냈습니다.


'공간(空間)에서 공간(共間)으로' … 비어있는 공간을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자고 말씀드렸었죠. 노래하러 와주신 부천오페라단 채관석 단장님과 싱어송라이터 강헌구 선생님, 마음 담은 글씨로 위로하고 격려해준 고천성 작가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일을 저질렀던 저희를 응원하러 와주신 많은 분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갑니다. 머리 맞대고 앉아 마을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맛깔나게 기록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삐지트에 오는 사람들은 잘 놉니다. 라디오 진행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마을 기자도 되어보고, 퇴근길에 들러 만화도 배우고 캘리도 배우고, 아코디언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평생학습을 공부하는 주부들이 모여 만든 '어우동작당'이라는 동아리는 매주 화요일 오전 누구나미디어협동조합 김성민 PD와 함께 라디오를 제작하고 있고요. 원미1동주민자치위원회와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동아리인 '원미마당발'과 함께 마을미디어 제작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을기자로 취재해온 내용으로 라디오 원고를 써보고, 직접 진행자가 되어 마이크를 잡는 일이 재미난 모양입니다. 표정이 밝습니다. 연말엔 이분들과 작당해 '시끌벅적, 우리가 주인공인 마을미디어'를 주제로 공개방송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비 고천성 작가에겐 캘리그라피를 배울 수 있고요. 함께 작업해서 만든 생활소품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퇴근길 직장인들을 위한 만화수업도 있습니다. 릴라 최정규 작가님이 낙서도 만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계시지요.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는 '영화반점'이란 모임도 생겼습니다. 삐틀스 이득규 피디가 야심차게 만든 모임이라 기대가 큽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엔 아코디언 소리가 원미동에 울려 퍼집니다. 삐지트에 모인 열혈 활동가들이 아코디언을 배워 연주합니다. 저는 그 소리 들으면서 노트북 앞에 앉아 SNS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는 게 참 좋습니다. 아코디언 연주하는 모습 궁금한 분들은 월요일 저녁에 살짝 들러 구경하세요.


3D펜으로 입체적 마을지도를 그리는 웹메이커스도 만나실 수 있는데요. 이건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연말에 삐지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꼭 들르셔야 할 거예요.


삐지트 페이스북 페이지 주소(https://www.facebook.com/bzit2017)를 살짝 던져드릴 테니까 들어와서 보시고 함께할 수 있는 재미난 일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언제든 연락주세요. 24시간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삐지트[B:zit] 입주 단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누구나미디어협동조합'
경기도 부천·김포, 서울시 관악 등에서 활동하는 청년 마을미디어 활동가 네트워크로 시작. 2018년 3월 협동조합 법인 설립. 마을미디어 제작 컨설팅 및 교육, 온라인 콘텐츠 개발, 사진·영상 기록물 제작 등.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우리 동네 마당발) '마을콕'
덩치 큰 미디어에서 조명하지 않는 일상에서 만나는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기록하며 네트워커로 활동. 2014년~2016년 마을잡지 <마을콕> 발행.


(삐딱한 사람들의 삐딱한 이야기) 팟캐스트 '삐틀스'

2016년 2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부천지역 핫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냄.
크고 작은 축제 현장 오프닝 무대에서 공개방송을 진행하며 인기 고공행진.
부천아이유 탄생 비화는 삐틀스에서 시작됨.


(깊은 감성, 마음을 담은 손글씨) 꽃비그라피
캘리그라피스트 꽃비 고천성 작가 입주.


웹메이커스
무엇이든 뚝딱! 평생학습 강사로 활동하는 주부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

3D펜아트, 북아트, 폼아트, 펠트, POP 등 각종 메이커 활동.



사진 필자제공 (2017년 9월, 삐지트 운영위원회가 준비한 ‘공간(空間)에서 공간(共間)으로’ 기획전시 사진. 왼쪽부터 캘리그라피스트 꽃비 고천성 작가, 팟캐스트 삐틀스 정성훈·이득규 PD, 마을큐레이터 김덕영, 웹메이커스 안숙형, 누구나미디어협동조합·마을콕 임민아)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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