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부천의 활동가 및 예술기관 관계자로부터 부천의 문화예술정책 이슈 및 방향성을 듣는 'FOUCS'입니다.

문화기획자 교육이 한발씩 전진하기 위해

글 | 설동준(DMZ피스트레인뮤직페스티벌 사무국장) · 2020-12-31

“우리는 20여 년 전 문화기획자 교육을 운영했다던 1세대 선배들보다 더 나아간 교육을 하고 있을까?”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과정이 전국 곳곳의 문화재단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다른 지역의 멘토들은 어떤 내용으로 교육하고, 왜 그런 내용을 만들었을까?”

“과연 문화기획자가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12월 16일 부천문화재단이 주재하고,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한 <부천형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모델링 구축 콜로키움>은 위의 세 가지 질문 위에 놓였다. 나를 포함해 부천문화재단의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의 멘토로 활동하는 (전)별일사무소 김유진 기획이사, 문화용역 주성진 대표 등 3명은 2020년 한 해 위의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부천형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모델링 – 지역문화 기획자‧활동가 학습 프로그램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콜로키움은 그 결과를 나누고, 전국에서 다양한 목적과 방식으로 문화기획자 교육을 맡은 멘토 10인의 생각을 듣는 자리였다.

10명의 멘토가 포럼을 위해 준비한 발제문의 묶음은 109페이지였다. 누구는 멘토로서의 자격과 고뇌에 대해 적었고, 누구는 본인이 맡은 과정의 기획 의도에 대해, 누구는 동네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를 만드는 것에 관해 적었다. 각자 조금씩 차이가 있는 얘기들 속에도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집단심리치유’라는 단어로 그 공통점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천의 <업이 아닌 삶을 위한 문화기획(2018)> 과정, 안양의 <문화보다 아름다운 삶의 기획> 과정처럼 타이틀에서부터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문화기획 과정은 지식이나 기술로서의 문화기획보다 교육 참여자들의 삶 그 자체를 돌아보고 느끼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류성효 멘토가 쓴 발제문의 한 대목은 그런 과정의 질감을 잘 전달해준다.

“본질을 섬세하게 응시하고 그것이 각자의 조각나 있는 생각과 욕망 사이로 흐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더 집중해서 각자의 현재가 시작된 덩어리를 만지고 느끼면서 웃거나 울거나 담담하거나 화를 내는 스스로와 마주한 다음 담담히 몇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 걸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류성효 멘토 발제문 中 -

문화기획자 교육과정이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이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보듬게 하는 곳에서는 저항과 눈물, 웃음과 위로가 함께 한다. 그래서 종종 문화기획자 교육은 집단심리치유 같은 장면을 만드는 것인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그만큼 자신을 보듬을 시간과 여건을 허락받지 못한 우리 삶의 짠한 현주소이기도 하다.

4시간 넘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의 대화를 포함해서, 이와 유사한 성격의 연구나 논의 자리에서, 문화기획이 무엇인지에 대한 말들은 많으나 교육이 무엇인가에 관한 얘기는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10명의 멘토 중 다사리 문화기획학교 김월식 교장만이 그것에 대해, 혹은 그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학교와 프로그램은 다르다. 프로그램은 바뀌더라도 선생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학교로서의 공간이 있고, 졸업생들이 있고, 이들이 다시 찾아왔을 때 변하지 않고 맞아주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학교다.”

문화도시, 지역문화, 생활문화 등의 정책사업이 넘쳐나다 보니 문화기획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문화기획자 교육의 르네상스라 할 만큼 프로그램으로서의 교육은 많아졌다. 그런데 학교는 별로 없다. 학교는 좋은 프로그램을 모으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름의 교육 철학을 세우고, 그 위에 다른 것들을 쌓아야 비로소 학교가 된다.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은 문화기획을 위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문화기획를 위한 교육의 의미와 가치인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포럼에서는 그 이야기의 맛만 보았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20여 년 전 문화기획자 교육을 운영했다던 1세대 선배들보다 더 나아간 교육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은 소위 문화기획이라는 동네에 유산(legacy)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유산이 있다면 그 유산 위에 서서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화기획 생태계에 공동의 유산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 이것을 모으고, 정리하고, 나누지 않으면, 탁월한 선생과 선배에게 도제식으로 배운 몇몇 외에는 다시금 처음이라는 맨땅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연구도, 포럼도 그러지 말자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공동의 유산을 만들자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유해보자고 기획한 대화 자리였다. 그 유산 위에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올라설 수 있다면 문화기획 분야가 명성 있는 셀럽들의 잔치판이 아니라, 역사와 연대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진 건강한 생태계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본 것이다.

2020년은 그런 역사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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