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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부천의 활동가 및 예술기관 관계자로부터 부천의 문화예술정책 이슈 및 방향성을 듣는 'FOUCS'입니다.

시민의 일상과 함께 하는 부천

글 | 조도자(부천여성청소년재단 정책기획실장)

‘(지역과) 같이 걸어온 오늘, (지역과 더불어) 함께 걸어갈 내일’은 출범 5주년을 맞는 부천여성청소년재단의 슬로건입니다. 재단의 전 구성원이 참여해서 함께 정한 것이라서 더욱 의미를 갖습니다. 2020년 올해는 코로나19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 슬로건에는 재단 설립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시기에 특히나 코로나19의 만연으로 여성과 청소년 시민들을 만나는 기회를 잃어버린 재단 구성원들이 지역을 바라보는 ‘각오’, 혹은 지역 재단의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출범 5년차를 맞는 재단의 가장 큰 자산은 이렇게 구성원들이 지역에 갖는 책임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거대한 담론의 시대 혹은 대의의 시대를 넘어 요즘은 개인의 일상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활동가이기보다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보편적임에도 여전히 재단의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활동가로 부르고, 지역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 조직이라는 것에서 큰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재단 설립 5주년 기념 사업은 이 슬로건에 맞추어서 시민들로부터 정책주문서를 받는 ‘정책 레시피(recipe)’, 코로나 시대 지역에 길을 묻는 활동가 간담회, 지역 재단의 갈 길을 확인하는 정책 포럼, 지역의 여성청소년 사회적자본 맵(map) 구축 등으로 진행했습니다.

재단은 2015년 11월 법인 설립을 하고, 2016년 1월 본격적으로 출범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최초로 여성과 청소년을 통합한 공공재단으로 시작했는데, 특히 여성재단은 5년이 지난 지금도 기초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우리에게 자긍심이기도 하고 동시에 언제나 도전해야 하는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성청소년 통합재단으로서 가야 할 좌표를 설정하고 우선 과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선행 모델이 없다는 것은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재단은 주로 광역단위 도시에 정책연구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고, 청소년재단은 경기도 내에만 13개가 넘게 시설관리 기능 중심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의 여성 정책은 ‘여성친화도시’의 사업으로 구현될 수 있고, 청소년 정책은 각 청소년시설의 사업에 녹아들어서 청소년 시민들의 참여와 체험으로 구체화 됩니다. 실행 단위에서의 이런 차이는 여성의 경우 행정서비스 수행기관이 도시마다 있는 여성회관 한두 곳에서 감당하고 있고, 청소년은 구 단위마다 한 두 개씩 있는 청소년 시설 중심으로 중앙부처와 이어진 일관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서 생겨납니다.

재단은 이런 행정서비스를 수행하는 기관이 함께 있는 곳이므로, 수행 방식의 차이를 통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여성친화도시의 주된 이슈나 청소년 시민의 주된 활동의 목적은 공통적으로 지역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여성, 청소년이 시민의 이름으로 참여하는 것에 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즉 여성과 청소년이 특별한 배려를 받아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당연하게 참여하는 ‘주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비주류로서 여성과 청소년이 주류가 되는 방법은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네트워킹하여 의제 해결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부천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민사회와 재단과 같은 중간기관, 행정영역이 일상적으로 네트워킹하고 거버넌스를 이루는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여성 혹은 청소년 간의 경계를 넘어 좀 더 다양한 영역과 협력구조를 마련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거버넌스를 부천에꿈(æquum, 라틴어로 평등)이라고 브랜드화 했습니다. 젠더거버넌스 ‘부천에꿈’, 유스거버넌스 ‘부천에꿈’이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젠더 거버넌스 중 일쉼지원사업은 국가정책에서 소외되는 영세한 사업장의 근로자를 지원하는 일로서 부천상공회의소, 한국노총부천김포지부와 함께 수행하는 일입니다. 아마도 전국에서 젠더 사업에 상공회의소나 노총이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지역의 다양한 민간 활동기구들과 함께 부천시 교육지원청이 참여해서 부천의 청소년들의 성장을 돕는 협의체를 2년째 꾸려오고 있습니다. 청소년 영역과 학교 교육 영역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혁신교육 혹은 청소년 성장지원 사업의 이름으로 중앙부처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부천은 청소년시설 외에 지역의 다양한 민간활동 시설까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써 지역에서 소외되는 청소년들이 없는지 살피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단은 다양한 네트워크, 거버넌스가 움직일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의 5년이 이런 거버넌스의 초석을 놓는 것에 주력했다면, 앞으로의 5년은 다양한 영역의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것을 돕는 ‘열린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부천여성청소년재단은 언제나 시민의 재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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