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부천의 활동가 및 예술기관 관계자로부터 부천의 문화예술정책 이슈 및 방향성을 듣는 'FOUCS'입니다.

작동 군부대 부지, 문화재생의 뉴-노멀을 제시하다.

글 │ 유성준(부천시 문화산업전략과장) · 2020-06-30

문화·교육·과학을 담은 ‘Unique’한 공간으로 조성

재생(再生)이란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하는 것을 말한다. 재생에 문화가 추가됐으니 문화재생은 ‘재생’에 ‘문화 콘텐츠를 입힌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흔적을 아예 없애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또 다른 방법은 옛것을 살리며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것이다. 단순히 비용과 실용성을 보면 흔적을 없애고 신축하는 것이 더 이득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재생을 고려할 때 먼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검토되어야 한다.


까치울 부대, 40년의 역사를 접다.

작동 군부대는 ‘까치울 부대’라고 불린다. ‘작(鵲)’ 이란 한자가 까치를 뜻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작동의 다른 이름은 까치울이다. 서울과 바로 경계한 곳이다. 접경 지역은 대부분 비주류에 속한다. 작동 역시 부천의 중심에서 떨어진 곳으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다. 타지역보다 우수한 점은 녹지(산)에 접해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1978년 군부대가 주둔했다. 수도권 특히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서울과 부천의 외곽 그리고 산이라는 조건이 군부대 입지에 적합했을 것이다. 40여 년이 지난 이곳은 주택이 들어서며 인구가 늘어났고 가까운 곳에 지하철이 건설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 작동 군부대는 약 2만여 평 부지에 숙소, 연병장, 창고, 사격장, 식당, 도서관, 탁구장, 교회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400여 명의 군인들이 훈련하며 생활하던 곳이었으니 필요한 시설은 만들어졌고 수리되며 하나의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제 까치울 부대는 그 소임을 다하고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를 남기고 떠났다.


부천, 문화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다.

부천은 역사가 짧은 도시이다. 자연적, 역사적 유산이 많은 곳도 아니다. 서울의 위성도시, 공업 도시로 성장해왔다. 도시가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은 그 도시만의 색깔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한 도시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부천은 문화도시라는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1988년 부천필하모니오케스트라, 199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1998년 부천국제만화축제, 1999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16년 부천국제비보이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에 가입했다. 또한 기초 자치단체 최초로 설립된 문화재단,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경기콘텐츠진흥원은 분야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정책 기관들이다. 부천시가 오랜 기간 동안 흔들림 없이 문화정책을 펴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변함없는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부천은 문화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부천이 정책을 입안할 때 문화적 마인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여기에 있다. 국내외 문화재생의 사례는 참 많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스페인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 등은 문화재생의 우수사례로 꼽힌다. 국내에도 서울 마포석유기지, 인천 아트플랫폼 등이 있고 우리 시에도 쓰레기소각장을 문화로 재생시킨 아트벙커B39가 있다. 그러나 문화재생이 성공한 곳은 많지 않다. 사업 초기에 주목을 받다가 사람들의 방문이 끊기고 다시 유휴시설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그곳만의 철학과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모방하여 백화점식으로 나열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생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고 실험적이어야 하고 지속성과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타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겠으나 그대로 복사해 와서는 안 된다.


문화·창의도시 부천, 문화재생의 뉴-노멀을 만들자.

부천시의 시정 슬로건은 문화·창의도시다. 창의도시는“문화와 창의성을 기반으로 도시를 지속해서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화·창의도시는 작동 군부대 문화재생에 담아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부천은 지난 30여 년 동안 영화·만화·애니메이션·음악 등 문화 콘텐츠와 도서관, 평생학습 등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이는 부천이 2017년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가 될 수 있었던 원천이기도 했다. 지난해 부천시는 국방부로부터 작동 군부대 부지를 매입했다. 이 지역의 부족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닻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해서다. 개발의 기본방향은 문화·교육·과학을 아우르는 콘텐츠로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곳은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 기본구상방안 연구’ 대상지로 선정됐다. 올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기본구상 연구가 시작될 것이다. 시는 이번 용역을 토대로 내년에 사업계획을 확정하여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작동 군부대 개발은 문화재생사업의 뉴-노멀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3가지 원칙하에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다양한 시민,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다.
둘째, 시와 정부 정책 그리고 민간영역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지속성과 확장성을 확보한다.
셋째, ‘유니크(Unique)’ 한 장소를 만든다.


시류를 쫓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속성과 확장성을 잉태하는 문화재생

몇 년 전 문화재생 사례를 배우러 영국에 간 적이 있었다.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만든 런던의 테이트모던, 비틀스의 탄생지 리버풀 그리고 북쪽의 천사(Angel of the north), 밀레니엄 브리지, 세이지 음악당, 발틱현대미술관 등 문화재생으로 도시를 다시 부흥시킨 게이츠헤드, 모두가 문화재생의 모델이었다. 이 중에서도 게이츠헤드의 사례는 인상적이었다. 영국의 동부지역 뉴캐슬과 경계한 게이츠헤드는 철강 산업으로 엄청난 발전을 누리다 쇠퇴한 도시였다. 도시 재건을 위하여 게이츠헤드가 선택한 정책은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이었다. 게이츠헤드 도시재생의 시발점이 된 것은 북쪽의 천사(Angel of the north)라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게이츠헤드는 1994년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 ‘터너상’을 수상한 앤서니 곰리(Anthorny Gormley)를 발탁해 북쪽의 천사(Angel of the north)라는 높이 20m, 너비 54m의 거대한 철제 조각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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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천사(Angel of North) 이미지 출처 unsplash

이 조각상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이곳은 도시재생의 상징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게이츠헤드는 밀레니엄 브리지, 세이지 음악당, 발틱현대미술관 등 연속적으로 문화재생사업을 실시해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1994년 세워진 북쪽의 천사(Angel of the north)는 80만 파운드(한화 약 20억 원)가 투입되었는데 이 당시 게이츠헤드는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매우 높아 시민의 80%가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담대한 결단력과 랜드마크의 필요성이다. 작동 군부대 개발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과 각계각층의 관심이 커졌다. 한때의 시류를 쫓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지속성과 확장성을 잉태하는 문화재생이 되길 바란다.

* 관련자료 : 작동 군부대 부지, 개발을 위한 첫걸음 떼다(생생부천, 20. 6. 4.)

* 글 │ 유성준(부천시 문화산업전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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