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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부천의 활동가 및 예술기관 관계자로부터 부천의 문화예술정책 이슈 및 방향성을 듣는 'FOUCS'입니다.

판타스틱큐브,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살아남기

글 | 박혜미(前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

2019년 12월 17일은 부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판타스틱큐브’(이하 판타스틱큐브)가 개관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경기도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이기도 한 판타스틱큐브의 1년을 맞아, 판타스틱큐브 1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판타스틱큐브 운영 활성화 연구>를 진행했다.

2019년 12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은 총 76곳이고, 독립영화전용관은 서울의 2개 관, 대구/부산/경북/전북/경기 각 1개 관을 포함하여 총 7개 관이다. 우리나라 전체 513개의 극장이 보유한 3,079 스크린 수(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 영화진흥위원회) 중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독립영화전용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0.2%이다. 판타스틱큐브는 국내 한국영화 스크린 수의 0.2%를 차지하는 7개 관 중 하나이다.

멀티플렉스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극장 구조에서 한국의 독립예술영화들에 배정되는 상영관 수와 좌석 수는 상당히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퐁당퐁당 상영과 대형 상업영화 중심의 사전예매 오픈 등 독립영화는 영화 접근법에서부터 차별을 받는다. 한 일간지에서 자체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독립예술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가 ‘재미가 없거나 어려울 것 같아서’(20%), ‘관심 자체가 없어서’(3%) 인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극장에서 상영 중이나) 시간대가 안 맞아서’(44%)나 ‘극장에 없어서’(33%) 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관람객 수치를 보면 이러한 결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2019년 개봉한 1,740편의 영화 중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121편으로 7%를 차지하는데,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관객 수는 전체 관객 중 1.3% 남짓이다. 한국 독립·예술영화 관객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해왔고, 이러한 감소는 획일화된 ‘흥행공식’을 따른 영화제작의 증가, 다양한 영화창작의 기반인 독립예술영화 생태계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면서 무한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영화전용관은 열악한 독립·예술영화의 유통 환경을 개선한다는 차원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의 문화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멀티플렉스에서 열지 않아 관객들을 만날 수 없는 독립영화에 안정적인 상영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관객들로서는 수요자의 영화 접근성을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서울 지역의 관객들에게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존재는 더욱 귀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판타스틱큐브는 2019년 1년간 253일 문을 열고 총 122편의 영화를 999회차 상영했으며, 5,653명의 관람객이 들었다. 총 65편의 신작을 개봉했고, 32회의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오렌지필름 단편 기획전’, ‘3.1 운동 100주년 특별기획전’ 등의 특별전을 선보였다.

‘SAC on Screen’(예술의 전당 우수공연 상영 프로그램), 해설이 있는 영화감상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정기상영회 등 무료 상영회 프로그램도 열었다. 1개의 스크린과 70석이라는 소규모 극장이라는 점, 부천시청 내에 있어 외부에서 극장의 존재를 알기 어렵다는 점, 주5일(화~토) 12시부터 9시까지의 제한된 운영시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같은 지역의 행사 기간 중은 대관으로 휴관을 해야 하는 점 등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는 1년 차 극장 판타스틱큐브로서는 실로 소중한 성과이다.

판타스틱큐브에서는 2019년 국내 독립예술영화로는 56편의 신작을 개봉했는데, 이는 지난해 개봉한 국내 독립예술영화 총 121편 중 50%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경기도 내에서 판타스틱큐브 단관 개봉작은 5편인데, 이는 판타스틱큐브가 없었다면 경기도에서 아예 볼 수 없었던 독립영화가 5편이라는 의미이다. 경기도 관객의 절반이 넘는 수가 판타스틱큐브에서 해당 영화를 관람한 작품도 15편에 달한다.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극히 드문 경기도에서 판타스틱큐브의 역할과 의미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월별 관객 현황을 살펴보면 개관 초기를 지나면서 관객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벌새>, <우리집>과 같은 흥행작들의 역할도 크지만, 판타스틱큐브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배우와 감독 초청 토크프로그램 등을 통한 관람객들의 호응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총 좌석 수 대비 관객 수의 비중을 나타내는 좌석판매율은 공급량과 실제 판매량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로, 흥행과 관객의 호응도를 보여준다. 전국 좌석판매율 대비 판타스틱큐브 좌석판매율이 높은 작품이 58편의 개봉작 중 30편이라는 것은, 판타스틱큐브의 관객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가능성을 안고, 판타스틱큐브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우선은 일요일에도 관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상시적인 극장 운영이 가능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경기도에 더 많은 독립영화전용관이 생겨야 한다. 2019년 판타스틱큐브에서 개봉한 영화가 56편이었지만, 평균 개봉 기간 한 달 동안 상영한 횟수가 평균 14.6회에 그쳤다. 너무 많은 영화를 소개하려다 보니, 한 영화를 이틀에 한 번 정도로 상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봉 편 수를 늘릴 것이냐, 평균 상영 횟수를 늘릴 것이냐는 경기도 유일의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판타스틱큐브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운영시간과 상영기회가 확대되고, 판타스틱큐브 외에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더 많아진다면, 이런 고민도 해결될 수 있다.

요즘 영화시장은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등 OTT 플랫폼 전쟁 중이다. 극장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극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전통적인 방식의 관람 문화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2019년 판타스틱큐브에서는 GV를 진행한 상영회의 경우 평균 관객 수의 5.7배에 달하는 관객들이 참여했다. 관객은 취향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한다. 판타스틱큐브가 영화를 상영하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영화 관람의 영역을 확장하고, 시민 활동의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① 독립영화전용관은 명칭 그대로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극장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하는 독립영화전용관의 경우에는 위원회가 독립영화로 인정한 작품을 연간 219일 이상 상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② [독립·예술영화진단]⓵ 1년에 한 편 볼까말까... 선순환 생태계 구축해야 (이데일리, 2019.12.10.)

※판타스틱큐브 통계 연구 보고서는 4월 중 부천문화재단 홈페이지 – 자료실 – 정책연구자료 카테고리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 글 │ 박혜미(前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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