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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복지센터, 맞춤형 '적정예술'을 기대하며

김기석 | 부천문화재단 정책기획팀장


○○에서 10분!
상가나 아파트 광고를 떠올리기 쉬울 것입니다. 실제 포털에 도보 10분, 자가용 10분을 검색하면 95% 이상이 음식점, 공동주택 광고가 검색되니 자연스러운 연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10분일까요.


마케팅학자들은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의 개인감정이 이어지는 임계지점 이론을 토대로,  사람들이 거주공간을 기점으로 안정감과 애정도가 유지되는 임계점을 확인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 시간적 거리가 통상 10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마을 단위 문화공간의 이용자현황을 보면 10분 내외 거주자의 이용률이 확연히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10분이라는 시간적 거리는 개념적이긴 해도 적잖게 사람들의 활동성을 규정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점에서 보면, 기존 행정서비스의 중심인 시청, 구청은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이동성 임계지점을 한참 너머 있습니다. 애정도가 그만큼 낮아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할 텐데요. 오는 7월 4일 부천시는 주민의 활동성과 참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행정체계 개편을 추진합니다. 기존 3개 구청을 없애고 동주민센터 2~5곳을 권역별로 묶어 행정복지센터(책임동)를 선보입니다. 이를 통해 서비스 품질은 기존 구청 수준으로, 물리적 거리는 동주민센터와 유사한 10분 내외가 유지됩니다.


이런 행정체계 변혁기 지역 단위 문화사업 양상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먼저 주민들에게 편안함과 애정도가 유지되는 시간적 거리 요건을 갖춘 10개의 행정복지센터는 지역단위 문화사업의 직·간접적 거점이 되어야 하고 지역 분권적 측면과 주민 스스로 문화 주체적 역량을 높이고자 하는 문화민주주의 구현 측면까지도 고려한다면 지역 문화사업 전략 방향은 마을단위 문화공동체 활성화 사업이 절실해 보입니다. 이렇게 각 지역별 주민과 마을 공동체 특성이 반영된 문화사업을 ‘적정예술(Appropriate Arts)’ 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칭도 생경한 적정예술이라는 것은 오랜 성장을 통해 자리 잡은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에서 그 지향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IT용어사전에 의하면, 적정기술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지역에 대한 이해와 인간(특히 저소득층) 중심이라는 방점이 명확하죠.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필터가 있는 ‘빨대형 정수기(LifeStraw)’, 비싼 전기료를 감당하기 힘든 빈민층을 위해 페트병과 소량의 세제, 물만 있으면 전기 없이 빛을 내는 ‘페트병 전등’ 등은 모두 사회공동체의 특성을 고려한 인간(특히 어려운 여건의) 중심 적정기술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한 문화사업 역시 적정기술이 그렇듯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주민의 삶을 직시하는 공동체 기반 구축형 적정예술 활동이 된다면 주민의 삶의 변화는 물론 지역사회 변화의 큰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역 단위 문화사업은 다른 지역에서 운영해온 것을 차용하는 방식이 아닌, 각 지역 고민의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의 문화적 자원과 시민의 욕구를 면밀히 살펴야 하고, 지역 내 자율커뮤니티 및 문화기획자 등 매개인력을 발굴, 육성해 다소 행정 의존적인 주민사회의 의식과 행동을 보다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시민의식으로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더불어 각 지역(마을)에 맞는 문화사업과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지역별 여건과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도 기획되어야 합니다. ‘주민 누구나 전시의 주인이 되는 손바닥 갤러리’,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방송국’ 등은 마을 단위 특성화 사업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행정복지센터의 등장은 행정서비스 개선만이 아닌 문화예술과 주민의 관계를 새롭게 점검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나아가 우리가 사는 마을을 보다 문화적인 마을로 만들어 가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 중심의 생활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행정복지센터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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