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국내외 문화예술계 전반 정책적 이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칼럼'입니다.

로컬뉴딜과 로컬회복력

글 | 유창복(미래자치분권연구소 소장) · 2020-11-03

코로나가 ‘열일’한다. 작년만 해도 기후위기는 몇몇 환경단체들의 예민한(?) 기우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한다. 기후위기가 코로나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 더 강력한 재난을 몰고 올 것이라고 걱정한다. 대통령도 드디어 ‘2050 넷제로(Net Zero)’를 선언했다.


비대면의 불평등성과 로컬택트

코로나19는 장기화를 넘어 일상화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위드(with) 코로나’란다. 한두 달도 아니고, 비대면으로 일상을 꾸려갈 수는 없다. 더욱이 비대면은 불평등하다. 돌봄대란은 돌봄독박으로 이어지고, 맞벌이는 물론 한 부모 또는 조손(祖孫) 가정의 아이들은 난감하다.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노약자가 더욱 위험에 노출된다. 재택근무가 안 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일이 끊기고 수입이 끊어져 당장 생존의 위기에 몰린다.

장거리 이동과 여럿이 함께 모이는 것이 위험하고, 모인 이들의 익명성이 팬데믹으로 빠져들게 한다면, “만나지 말자”가 아니라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근거리로 이동하고, 소규모로 분산해서 만나고, 평소에 안면 있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 적절한 거리두기와 대면적 일상의 영위가 가능한 ‘신뢰 기반의 로컬 관계망’이 생활방역이자 생활안전망이다. 근거리 생활권을 중심으로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가 분산되고, 상호 신뢰가 있는 로컬을 중심으로 일상이 재편되고, 노동과 서비스가 재구성되어야 한다. 언택트(un-tact)에서 로컬택트(local-tact)로 전환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기후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 목표는 첫째, 앞으로 30년 안에 탄소배출 순증이 제로(넷제로, Net Zero)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앞으로 10년 안에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축소해야 한다. 둘째 불평등 완화이다. 불평등이 극에 달했던 1930년 대공황기보다 심각한 불평등 상태인 지금, 불평등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흔들어야 불평등도 기후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불평등의 원인에는,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 기반의 강력한 기득권 체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의로운 전환’과 일자리 창출이다. 탈탄소 산업 전환으로 불가피하게 수많은 해고자가 나타날 것이다. 적절한 생계 대책과 이직 계획이 없으면, 탈탄소 전환은 불가능하다. 이미 심각한 불평등 상태이며 재난으로 더욱 불평등이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하다. 가장 확실한 사회적 안전망은 일자리이다.


로컬뉴딜과 로컬회복력

그린뉴딜을 지역사회에서 지방정부가 주민들과 협력을 통해 추진하는 실천 전략이 로컬뉴딜이다. 로컬뉴딜은 근린 수준의 동(洞) 단위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난이 닥쳐도 그럭저럭 함께 살아낼 수 있는 회복력(resilience)을 만들어 쌓아가는 것이다. 근린에 공원과 마을정원을 만들고, 마을돌봄망을 구축하고, 폐기물을 버리지 않는 자원순환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여 분산형 가상발전소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를 보행 친화적으로 뒤바꾸고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로컬푸드로 급식과 채식을 위한 먹거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로컬뉴딜의 과제는 시민의 참여가 기본 원칙이다. 시민참여는 지역사회가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스스로 생산-조달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순환경제’(사회연대경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시민의 참여 수준은 의견 제출 정도가 아니라, 지역에서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의 효능감이 생겨야 지속적인 참여를 활성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주민들이 결정한 사항을 주민 스스로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가장 절실하고 시급하게 여기는 문제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함께 해결에 나서고, 필요하다고 결정한 서비스를 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고 공급하며 이용하는 ‘공동생산자’(co-producer)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서 일자리와 일거리가 만들어진다. 마을공동체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때 사회연대경제(지역순환경제)가 실현된다. 그래야 지역의 회복력(local resilience)이 만들어진다. 재난시대에 지속가능성은 지역의 회복력에 달려있다. 그래야 재난이 닥쳐도 일상으로 돌아와 그럭저럭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로컬뉴딜로 추진하는 정책이나 사업은 몇몇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나 겨우겨우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쉽게 참여하고 성과를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수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성과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방정부가 추진해온 많은 혁신적 정책의 경험을 토대로 사업모델(prototype)을 만들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명료한 실행 매뉴얼을 제작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여러 행정부서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융합적인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융합적 협력과 주민자치회

최근 10여 년 동안 꾸준히 추진된 마을공동체 정책은 지역사회에 다양한 주민들을 등장시켰고, 등장한 주민들은 서로 연결되면서 ‘내 문제’에서 ‘동네 문제’로 의제를 옮기며 스스로 공공적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마음과 뜻이 맞는 ‘이웃 세 사람’이 아니라 마음도 뜻도 맞지 않는 동네사람들과 함께 동네문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려면 ‘나’보다는 동네 전체의 전반적인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작게나마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에 대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로컬뉴딜의 과제들이다.

문제해결력의 핵심은 융합이다. 행정의 칸막이와 시민사회의 칸막이를 넘어서려면 “문제가 있는 곳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주체가 문제해결의 솔루션을 가진 자들을 초대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동네에서 주민이 나서서 융합적 솔루션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실행체(조직)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동네에서 주민들이 직접 주도해 나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행정의 칸막이를 가로지르는 ‘융합-협업적 사업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협력과 융합의 공론이 벌어지고, 실천을 추진하는 장소가 동주민자치회이면 좋겠다.

이런기사는 어떠세요?

문화권 보장과 문화도시, 그리고 문화헌법 개헌과제

문화권 보장과 문화도시, 그리고 문화헌법 개헌과제

아깝지만. 다행히도. 그럼에도

아깝지만. 다행히도. 그럼에도

로컬뉴딜과 로컬회복력

로컬뉴딜과 로컬회복력

기후위기는 언제 ‘첫 번째’가 되나요

기후위기는 언제 ‘첫 번째’가 되나요

예술하는 손, 연결하는 손

예술하는 손, 연결하는 손

언택트 시대, 축제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언택트 시대, 축제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 나무 곁에 머물러야 할 때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 나무 곁에 머물러야 할 때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적응적 진화와 확장 : 새로운 정보 주체의 탄생과 미디어의 미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적응적 진화와 확장 : 새로운 정…

신종바이러스 사태의 근본 원인을 생각한다

신종바이러스 사태의 근본 원인을 생각한다

부천문화재단 뉴스레터 구독신청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이메일을 통해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메일링 서비스와 관련하여 개인정보 제공 및 이용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