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국내외 문화예술계 전반 정책적 이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칼럼'입니다.

언택트 시대, 축제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글 | 윤성진(한강몽땅/서울밤도깨비야시장 총감독) · 2020-08-03

서울의 대표 여름 축제인 한강몽땅 총감독을 맡은 지 올해로 7년이다. 2020년의 여름은 지금까지의 7년 동안 중 가장 여유로운 여름이 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처음에 ‘한 달간 80개의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던 한강몽땅은 예산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40%의 예산으로 살아났고, 15일간 50개의 프로그램으로 축소되었으며, 몇 차례의 결정 과정을 거쳐 결국 축제는 취소되었다. 그리고 한강 안전 몽땅 캠페인으로 전환되어 한강몽땅의 모습을 닮은 20개의 캠페인 프로젝트가 되었다. 공연도 안 되고 모여서도 안 되고, 사전홍보도 안되는 캠페인을 만들면서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한강에서 행사를 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축제의 흔적만이라도 살려두어야 한다는 생각과 40명의 코디네이터들에게 한강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예술적인 코로나 안전 캠페인’은 기획되고 있다. 사라졌던 축제를 살리고 다시 죽이고 또다시 살려내는 일을 6개월째 해오고 있는 나의 경험은 올해 거의 모든 축제 조직과 축제 감독들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한여름 한 달간 1,000만 명이 방문하는 한강공원에서, 100만 명이 축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강몽땅은 시민의 안전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서울시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두려운 축제일 것이다. 그렇게 지역의 축제들은 시민들의 두려움과 행정의 불안감에 코로나 감염의 현실적 위협이 합쳐지면서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사라지고 있다. 아무리 철저히 방역을 하고, 사전예약을 하고, 객석 거리두기를 하고, 발열체크를 한다고 해도 코로나가 만들어내는 불안감과 두려움까지 방역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축제는 이런 생사의 기로에서 살았다 죽었다를 반복하며 그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에게 축제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이런 비대면의 시대가 지속되면 면대면 접촉과 생생한 현장의 교류를 생명으로 하는 축제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관광산업, MICE사업, 공연산업과 이벤트 등 인접 관련 산업이 모두 붕괴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축제생태계를 살려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있는 주장인가? 축제에 대한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답을 못 찾고 방황하고 있다. 하루하루 사라져가는 축제 소식들을 확인하면서 20여 년간 축제를 위해 살아왔던 축제 감독으로서 처음 경험하는 자괴감과 무력감은 벌써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축제생태계를 구성했던 주체들이었던 렌탈업체들과 시스템 업체들은 이미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고, 예술단체들은 긴급 지원금으로 지탱하고 있으며, 개인 예술가들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축제 스태프들은 대리운전과 쿠팡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축제계와 공연계의 현실이다. 축제생태계가 무너져가고 있는데 정작 축제생태계를 구성하던 주체들이 축제의 취소, 연기, 전환에 대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낼 수 없는 상황은 팬데믹 상황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취약한 한국의 축제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축제는 오랜 역병과 전쟁을 이겨낸 공동체의 승리를 기념하고 공동체의 지속적인 안녕을 기원하는 장치였다. 위기의 극복, 사회적 치유와 회복, 공동체 문화의 계승을 위한 최고의 문화적 제도였다. 현대사회에서도 축제와 공연은 도시의 활력을 상징하고 도시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필수적이고 창조적인 문화 활동이다.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 브랜딩, 관광 활성화 효과는 사실 축제의 부가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는 그 부가적 기능 이면의 더 중요한 본질적 가치인 공동체의 행복과 안녕감을 통한 사회적 통합과 치유를 위해 존재해왔다. 축제는 인간의 삶에서 생계를 위한 활동보다는 ‘정서적 영역’에 관여해왔다.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감이 도시를 지배하면서 도시민의 절반 정도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 정신의학과 진료비 총액은 매월 전년 대비 꾸준한 증가세를 경신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이 접촉과 대화, 만남과 교류가 불가능한 단절상황에서 오는 정서적 손상이 심각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시급한 정서적 심폐소생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축제와 공연은 이런 보이지 않는 정서적 영역, 도시의 활력과 생기를 책임지는 우리의 심리적 영역, 도시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기분과 정서적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다. 도시의 거리에 음악이 없는 도시, 춤이 없는 도시, 공연이 없는 도시는 살아 있어도 죽은 도시와 같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 재난 상황이 지속하면, 물 한잔, 빵 한 조각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리적 충족보다, 각각의 사회 구성원들이 갖는 서로에 대한 믿음, 사회의 안정적 작동에 대한 신뢰, 우리의 일상이 회복될 것이라는 안도감과 우리가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 같은 정서적 차원, 심리적 차원의 백신 공급이 더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이제 방역 선진 국가를 넘어서 정서적, 심리적 영역까지를 지켜내는 진정한 방역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소소한 일탈을 통한 문화적 활력을 회복해야 한다. 모두의 마음이 닫히고, 또 다쳐버린 사회에서 건강한 신체는 반쪽짜리 건강인 것이다. 다행히 7월 말이 되면서 조금씩이나마,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공연장과 박물관 미술관을 열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축제는 살아 있는 문화유기체이다. 스스로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유기체로서의 축제를 구성하는 주체들에게 팬데믹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정작 축제가 개최되는 기간에 축제를 개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축제는 결과가 아닌 준비과정에서 그 성과의 대부분이 만들어지는 것이 진정한 축제이기 때문에 준비과정을 지켜내고, 축제의 변화를 고민하고, 축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사회가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망 속에서 축제는 비대면, 온라인, 언택트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자기 변신을 도모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현실 인식 속에서 그래도 랜선 축제를 개최하고, 최소한의 대면접촉을 유지하면서 분산형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작은 부분들을 살려내고 지켜가야 하는 것은 축제생태계를 지켜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축제를 전면취소하는 것보다 랜선 축제로라도, 100회의 작은 공연들의 릴레이 방식으로라도 캠페인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으로라도 축제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 지역의 문화생태계는 축제를 통해 상당부분 생태계의 유지에 필요한 재원을 공급받고 그 네트워크가 일정 기간이나마 작동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축제의 정체성이 약하고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취약한 축제는 재난적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취소, 중단, 연기라는 명분을 통해 영구히 예산이 삭감되어 결국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매년 구제역과 돼지콜레라, 조류독감 등 가축전염병과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전염병, 세월호 등의 국가적 재난상황 등이 발생했을 때 개최가 취소된 축제 중 상당수는 다시 개최되지 못하고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사태가 반복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셋째, 이렇게라도 축제의 온라인 개최를 통해 사이버 축제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축제를 만나면서 오히려, 오프라인 축제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축제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으로라도 축제를 개최하면서 참여하는 아티스트들과 축제 생태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부족하나마 자신의 사회적 역할 수행을 통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이 사회에서의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축제들이 속절없이 쓰러져가는 현실 속에서도 랜선 축제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프로그램의 분산배치, 기간의 연장을 통한 운영 안전성의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며 코로나 시대의 축제를 선제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춘천마임축제, 시흥갯골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 보령머드축제 등의 축제 조직과 축제감독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응원받아야 하고 지지되어야 한다. 지금의 비대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우리는 이 시기를 적극 활용하여 온라인에서도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는 공동체의 경험을 다양하게 조직하는 시도를 해보아야 한다. 참여자들이 동일한 미션을 수행하고 이것을 릴레이로 축제기간 중 한 사이버 플랫폼에 업로드하며 서로의 건재함과 공동의 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라이브 연주와 실시간 댓글에 대한 반응과 상호작용을 통해 온라인 비대면 접촉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다양한 시도를 경험해보는 것은 앞으로의 축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축제활동은 축제 수요층의 확장, 매니아 층의 결집, 만들어지는 자료의 실시간 축적, 후원집단의 확대 등 다양한 효과들로 연결될 수 있다.

축제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금이 오히려 우리에게 한국사회의 축제의 취약성을 직면하고, 그 전환과 혁신을 모색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축제의 본질적 가치와 현대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축제만의 기능과 지역적 정체성을 재점검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축제가 지속될 수 있는 방식들을 찾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랜선축제라고 해서 위축되지 말고, 축제의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라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이버 공간을 개척해내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언제든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없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의 축제도 없다.

* 글 │ 윤성진(한강몽땅/서울밤도깨비야시장 총감독)
* 사진출처 │ 2019년 한강몽땅 여름축제(http://hangang.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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