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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적응적 진화와 확장 : 새로운 정보 주체의 탄생과 미디어의 미래

글 │ 최선영(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 2020-05-29

올 3월 24일 미국 ABC 방송은 “한국으로부터의 교훈, 어떻게 코로나19 확산을 둔화시켰는가”라는 뉴스에서 한국 시민사회와 정부의 공조에 찬사를 보냈다. ICT를 활용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예방 수칙을 빠르게 실천한 점, 지리적 통제 없이 감염원과 접촉자를 능동적으로 추적 관리한 점, 광범위한 코로나 19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한 점 등을 방역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보면서 자율적으로 조직화된 ‘사회적 협력’에 주목했다. 어떻게 우리는 위기 속에서 똘똘 뭉쳐 연대하고 서로 도왔을까?

공동체 인식을 확산하고 시민사회가 결속할 수 있었던 역동적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사회에는 새로운 정보 주체로서 시민 전문가들이 공개된 공적 정보와 데이터를 활용해 창의적인 ‘정보 형식’을 만들어 광범위하게 공유하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해갔다. 예컨대 확진자 이동 경로 앱이나 약국을 통한 마스크 5부제, 마스크 재고 앱, 신천지위치알림 앱 등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디자인된 생활방역 메시지나 동영상을 활용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비롯해 시민주도의 재난 모금과 자원봉사, 마스크 양보 캠페인 등 풀뿌리 운동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 정보를 독점해 가공해온 기존 미디어와 달리 시민들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우리 사회에 즉시 필요한 객관적 사실을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형식의 정보로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시민 참여 아이디어를 공적 영역에서 즉시 채택해 사회불안을 감소하는 대응책으로 활용한 일은 획기적이다. ‘정보의 개방성, 투명성’이라는 원칙하에 범국가적 위기를 시민주도로, 시민의 눈높이에서 극복해간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민관이 일사불란하게 협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 우리는 사회적 불안과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언론과 미디어로부터 신뢰할만한 정보를 얻고 행동을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22일 공개한 ‘공적 주체의 신뢰도’ 조사 결과(조사 기간 :4월 10일~13일)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90%), 국립중앙의료원(86%), 공공보건의료기관(82%) 등 보건영역의 주체를 크게 신뢰하고 있었고, 청와대(62%), 보건복지부(77%), 지방자치단체(59%) 등 공공기관의 신뢰도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언론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9%로 가장 낮았다. 이런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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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리서치

코로나 19 상황에서 우리 언론과 미디어는 과학적 지식과 객관적 사실 정보에 기반해 시민 행동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속보 경쟁에 치중해 무책임한 오보를 생산했고 사회갈등과 불안을 부추기는 등 본분을 잊은 경향이 있다. 가령 감염병 확산 초기 언론과 미디어는 ‘우한 코로나’, ‘우한 폐렴’, ‘차이나 바이러스’ 등 지역 차별과 혐오 프레임을 지속해서 고집하는가 하면, 국민의 생명이 직결되는 사안에 추측성 과장기사나 미확인 가짜뉴스를 보도했다. 오죽하면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병 보도, 이렇게 해주세요”라는 보도준칙 카드뉴스까지 배포했을까. 감염병 보도준칙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협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4월 28일에 부랴부랴 공동 제정한 것으로 첫째, 감염병 보도는 감염병에 취약한 집단을 알려주고, 예방법 및 행동수칙을 우선적이고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둘째, 감염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또는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 보건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셋째, 감염병 관련 의학적 용어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는 기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보도준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앞으로 기존 미디어의 보도가 달라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모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그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업무, 여가, 가족관계, 인간관계, 사회생활에 있어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권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 방식이 사회 규범으로 자연스럽게 수용되면서 미디어가 아닌 영역이 새로운 정보 주체가 되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KT, SKT, 네이버, 카카오, 애플, 구글 등 정보통신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기업들은 정부와 민간에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관련 정보 서비스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의 ‘이동성 트렌드 보고서(Mobility Trends Report)’나 구글의 ‘지역사회 이동성 보고서(Community Mobility Report)’ 등은 전 세계인의 동선 빅데이터를 비식별 처리해 매일 업데이트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서비스이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인권을 지키며 감염병 예방에 공익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형식이 진화하고 확장되면서 기존 언론과 미디어의 역할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개인이 1인 미디어로 활동하는 경우가 늘면서 언론과 미디어가 누려왔던 지위와 권력도 과거와 달라졌다. 이미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진화한 새로운 정보 생산 주체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디어는 어떤 모습일까. 어려움을 같이 극복하며 ‘우리’라는 공동체성과 정체성을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공유할 수 있는 주체가 정보 매개자로서 새로운 ‘미디어’가 되지 않을까.

* 글 │ 최선영(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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