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국내외 문화예술계 전반 정책적 이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칼럼'입니다.

신종바이러스 사태의 근본 원인을 생각한다

조효제 (성공회대학교 사회학 교수. 한국인권학회장 역임) · 2020-04-28

겨울방학 중 시작된 코로나-19가 신학기를 넘기더니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몇 주 지나면 수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 사태가 도대체 언제까지 갈 것인지, 이런 식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1시간짜리 녹화분을 몽땅 날리는 실수도 했지만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면 시간이 절약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강의자료를 완전히 새롭게 준비해야 하고, 과제물을 받아서 읽고, 짧게라도 일일이 코멘트를 해 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스템에 자료를 업로드시키고 설정을 제대로 맞추느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초기에는 파일을 올려놓았는데 학생들이 접속이 안 된다고 해서 당황한 적도 있었다.

대학에 따라서는 아예 이번 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한다고 발표한 곳도 있다. 고학년 학생들은 조금 덜하지만, 특히 신입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쓰인다.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고 얼마나 좋아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3월이 오기만을 기다렸을 텐데 아직 강의실에 한 번도 못 들어가 보고, 친구를 만나본 적도 없고, 동아리 모임도 못 해보고, 신학기의 법석대는 분위기 한번 느껴보지 못하다니. 신입생들의 과제물을 읽다 보면 마지막에 이런 표현이 등장하곤 한다. “교수님, 온라인으로라도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정말 학교 가고 싶어요!”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새삼 느낀 바가 있다. 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제아무리 잘 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타인과 단절된 삶을 장기간 지속할 수는 없는 법이다. 흉악범에게 엄벌을 내릴 때 흔히 ‘사회로부터 격리’ 시킨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 말이 단순히 수사적 표현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몇 달 해보니 이건 정말 고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고 싶지 않던 사람들까지 보고 싶어질 정도로 사람과 어울리고, 만나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다. 전염병이 자신의 건강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집단적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것인 줄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제로 바이러스 사태에 대처하는 나라 중 정신건강을 강조하는 나라도 있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사람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지 못하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정 내 폭력이 크게 늘었다. 우리보다 더 엄격하게 격리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들에서 특히 그러하다. 한국에서도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모두가 느끼고 있지만 당장 급한 일은 생계가 막막해진 분들에 대한 대책이다. 일시 휴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고 취업자는 크게 떨어졌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연기되고 서비스업종에서 무급휴직이 증가했다. 고용률도 추락했다.

지금 많은 사람의 관심은 바이러스 사태가 언제 끝날지, 그리고 경제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질 것이며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앞으로 경제가 L-U-V 형 중 어느 쪽에 더 가깝게 진행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L-자형’은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진 후 회복을 못 하고 바닥세를 그대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사회의 정상적 질서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릴 수도 있다.

‘U-자형’은 경제가 바탕을 친 후 한동안 최저치를 유지하다 서서히 회복되는 것이다.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빨리 잡아도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때까지 사회 취약계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V-자형’은 경제가 확 나빠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반등하는 모델이다. 바이러스 사태가 해결된 후 그동안 나빠졌던 경제를 일거에 만회한다는 시나리오인데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꼭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이번 사태가 왜 발생했던가, 근본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작년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온 한 편의 논문이 일 년 뒤 오늘의 모습을 소름 끼칠 만큼 정확히 예견하였다. “미래감염병은 주로 인간과 환경 간 상호작용의 변화, 기후변화 그리고 항생제 내성에 의해 발생한다. 신종감염병은... 미래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큰 감염병으로 미래에 국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신종 전염병이 야생동물의 밀수, 공장식 축산,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20년 4월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5%가 기후변화를 바이러스 문제의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였다. 요컨대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이번 사태의 직간접적 원인이 된 점을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 경제가 U-자형으로 회복되든 V-자형으로 회복되든 바이러스 사태 이전의 온실가스 배출식 탄소경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너무나 명백하다. 그렇게 된다면 이런 사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번의 경제회복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그린뉴딜 식의 혁명적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랫동안 기후나 생태 이슈는 ‘환경’ 문제로만 취급되었다. 이러한 구시대적 칸막이식 인식이 오늘 우리가 겪는 위기의 본질이다. 기후위기가 환경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슈퍼 조건임을 인정하고 행정과 거버넌스를 혁신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당장 시작하는 게 좋겠다.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진하고, 기후적응 대책을 세밀하게 시행해야 한다. 주민 전체의 생명, 자유, 행복이 걸린 문제다.

* 글 │ 조효제 (성공회대학교 사회학 교수. 한국인권학회장 역임)

이런기사는 어떠세요?

문화권 보장과 문화도시, 그리고 문화헌법 개헌과제

문화권 보장과 문화도시, 그리고 문화헌법 개헌과제

아깝지만. 다행히도. 그럼에도

아깝지만. 다행히도. 그럼에도

로컬뉴딜과 로컬회복력

로컬뉴딜과 로컬회복력

기후위기는 언제 ‘첫 번째’가 되나요

기후위기는 언제 ‘첫 번째’가 되나요

예술하는 손, 연결하는 손

예술하는 손, 연결하는 손

언택트 시대, 축제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언택트 시대, 축제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 나무 곁에 머물러야 할 때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 나무 곁에 머물러야 할 때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적응적 진화와 확장 : 새로운 정보 주체의 탄생과 미디어의 미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적응적 진화와 확장 : 새로운 정…

신종바이러스 사태의 근본 원인을 생각한다

신종바이러스 사태의 근본 원인을 생각한다

부천문화재단 뉴스레터 구독신청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이메일을 통해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메일링 서비스와 관련하여 개인정보 제공 및 이용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