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국내외 문화예술계 전반 정책적 이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칼럼'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힘찬 '문화 한 걸음'

글 │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부천문화재단 이사장) · 2019-12-30

지금껏 잘한 일은 별로 없고 잘못한 일이 훨씬 더 많은데 고치고 바로잡을 일이 까마득합니다. 남은 시간은 별로 없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하나 봅니다. 못난 자신을 고백하고 용서를 빕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리는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계절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합니다. 지금이 아무리 좋아도 마냥 그대로일 수 없고 오늘이 비록 힘들고 어려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보람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살만한 세상입니다.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묻어 버려라. 살아 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시인 롱펠로의 말입니다. 어제에 매달려 오늘을 그르칠 순 없습니다. 오늘의 수고 없이는 내일의 꿈도 물거품입니다. 지난 일들은 가슴에 묻고 머리엔 오늘을 담아야 합니다. 그다음은 아무도 모릅니다.

날마다 삶이 하루처럼 짧겠지 여기면서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다짐합니다. 밤마다 졸려서 깜빡 잠들면 죽음도 그러리라 짐작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나날을 거듭하면서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자고 나면 내일이듯이 새해엔 또 다른 삶이 있을 거라 믿어봅니다.

새해에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망 하나를 마음에 품습니다. "얕은꾀로 살지 말자"는 것입니다. 다짐하면 그뿐이겠지만 그만큼 굳게 마음먹어도 잘 안되기에 소망하여 도와주십사 간청하는 것입니다.

얇은 귀와 벌렁이는 가슴으로 이리 흔들리고 저리 비틀거리며 용케 잘 버텨왔지만 이제 더는 그리 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머리를 굴리며 웃고 떠드는 것도 한 번 두 번입니다. 눈길을 주고 말을 섞어도 마음이 움직여 나를 붙들지 못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날마다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마음이 머무는 곳에 깃들고 싶습니다.

“Ich bin zu alt, um nur zu spielen, zu jung, um ohne wunsch zu sein.”
“나는 노는 데만 정신 팔기에는 너무 늙었고, 아무런 소망도 없이 살아 있기에는 너무 젊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가 그를 찾아온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하는 말입니다.

“Where is the life we have lost in the living? Where is the wisdom we have lost in the knowledge?”
T.S. 엘리엇의 시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월든’에서 데이비드 소로는 우리는 “길을 잃고서야, 세상을 잃은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새해는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 나 자신부터 먼저 찾아서 바로 세우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땅을 딛고 하늘을 우러러 그사이에 깃든 가엾고 아름다운 이들을 살뜰하게 품고 보듬는 보람으로 나날이 뿌듯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일은 태양이 다시 빛나겠고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 위에서
우리, 행복한 우리를 내일은 다시 하나 되게 하리라
태양을 호흡하는 이 땅 위에서...
그리고 푸른 파도 치는 넓은 바닷가로
우리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내려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하여, 조용한 행복의 침묵이 우리 위에 임하리라.

존 매케이의 시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곡을 붙인 가곡 ‘내일’의 가사입니다. 새해엔 날마다 이처럼 뿌듯한 나날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글 │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부천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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