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국내외 문화예술계 전반 정책적 이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칼럼'입니다.

도시침술과 스마트시티

글 │ 박용남(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 2019-11-01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어바니즘(Smart Urbanism)이 점점 더 도시환경의 미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 어바니즘의 약속은 디지털 기술이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점점 더 복잡해지는 도시의 거버넌스에서 서비스 제공과 사회적 통합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마트 어바니즘에는 스마트 인프라, 스마트 빌딩과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포트, 스마트 팜,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도시화와 디지털 기술 전문가로 유명한 앤소니 타운센드(Anthony Townsend)의 정의에 따르면, 스마트 시티는 정보기술이 도시의 인프라나 건축물 일상용품들, 심지어 우리의 몸과 결합하여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장소를 뜻한다. 이는 인간이 쌓아 올린 건축적 유산에 새롭게 더해지는 ‘디지털 업그레이드’ 가 새로운 종류의 도시, 즉 스마트 시티를 탄생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마트(smart)’라는 말은 오만 가지 뜻을 내포하는 문제점이 있는 말이므로, 스마트 시티에 대한 완전한 개념적 합의는 국제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인해 나라나 학자에 따라 스마트 시티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위원회 같은 경우는 스마트 시티를 한국경제의 신성장 동력이자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SG, 인공지능(Al), 사물인터넷(loT), 디지털 트윈,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팜, 스마트 그리드 등)을 담아내는 플랫폼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스마트시티를 4차 산업 혁명 기술을 구현한 사람 중심의 도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스마트 시티와 관련된 논쟁이 국내에선 거의 없지만 국제 사회에선 최근 들어 비판적인 인식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뉴욕의 설계사무소 어반스케일(Urbanscale)의 소장 애덤 그린필드(Adam Greenfield)는 그의 저서 ‘<스마트시티에 반대한다(Against the Smart City)>’에서 지멘스와 |BM, 시스코(Cisco Systems) 등이 제공한 자료를 분석하며 스마트시티를 비판한다. 파리나 베를린 암스테르담 등에서 효과적이었던 스마트 시티 전략을 다른 도시에 똑같이 적용할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에서 스마트 기술에 토대를 둔 일괄 시스템을 적용하면 주민들의 삶은 편안해지겠지만 도시의 문화, 역사 및 개성을 무시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것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계획 관련 뉴스 웹사이트 Planetizen에서 최고의 도시계획 전문가 중 하나로 선정한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도시 설계가인 얀 겔(Jan Geh|)의 발언이다. 그는 시티랩(Citylab)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아주 날 선 비판을 했다. ‘‘스마트(smart)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 사람은 새로운 술책(gimmick)을 가능한 한 많이 팔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반드시 당신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스마트 시티가 국책사업으로 채택되어 무수히 많은 도시들이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무조건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을 둔 도시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 지향적 도시가 조성된다고 해서 우리가 사는 삶터가 유토피아가 되고, 시민들은 행복해지며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질까? 내가 보기에는 결코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이보다는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있는 지역에서 스마트한 도시침술(Urban Acupuncture, 특정 지역에 자극을 줘 주변 지역을 되살리고 생기가 돌게 하는 도시재생 방법)로 지역을 활력화시키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디지털 트윈,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우리가 도시침술 요법을 구사할 때 보조 수단으로 잘 활용한다면 기존의 도시를 지금보다 더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이 공존하는 인간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글 │ 박용남(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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