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국내외 문화예술계 전반 정책적 이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칼럼'입니다.

예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리듬

글 | 전원경(문화컨텐츠학 박사, 예술의전당 아카데미 강사) · 2019-09-30

올해 봄부터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회 해설을 맡게 되었다. 부천 필의 수준급 연주 실력이야 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들의 연주를 무대 옆에서 보는 일은 또 다른 기쁨을 주었다.

음악회, 특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해설할 때는 ‘짧고도 압축적인 설명’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연주 준비를 끝마치고 무대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작곡가나 연주곡에 대해 무한정 길게 설명할 수는 없다. 또 어찌 보면 이들이 곧 연주할 음악이 말로 하는 설명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음악을 이해하는 유일한, 그리고 최선의 길은 오직 그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래서 짧지만 재미있게, 동시에 음악에 대한 관객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게 한 곡 한 곡을 해설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다.

부천 필 연주를 해설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음악보다도 그 음악을 듣는 관객들의 자세였다. 이 해설음악회는 만 5세 이상이면 입장할 수 있고 티켓도 상당히 저렴하다.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만큼, 관객들이 이 연주회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관객들의 태도는 놀라울 만큼 진지했다. 그들은 눈을 빛내며 해설과 함께 보여주는 화면에 집중했고 지휘자의 동작과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연주가 끝날 때마다 진심어린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었다.

클래식 음악이나 르네상스, 바로크 미술 등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태어난 예술 작품들이 아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이들을 접하고 이해하는 데 유럽인들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예술을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여겨왔던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부천 필의 연주와 그 연주를 듣는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예술과 우리 사이에 넘기 어려운 장벽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은 음악을, 그리고 해설 중에 간간이 등장하는 미술 작품과 작가들을 어렵거나 멀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꼭 비싼 티켓을 사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 참석하거나 현대미술 작가의 그림을 컬렉션해야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예술가들을 통해, 그리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예술을 즐길 수 있다.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부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부천생활문화 오케스트라 주간’이 열린다. 부천의 지역 오케스트라와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연습한 실력을 지역 주민들 앞에서 선보이는 행사다. 실력이야 프로페셔널 연주자들보다 못하겠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연주자와, 관객들이 즐겁게 음악을 연주하고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해주기 때문이다.

* 글 | 전원경(문화컨텐츠학 박사, 예술의전당 아카데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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