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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동네의 재탄생

홍주석│어반플레이 대표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동네서점’은 커뮤니티를 판다?

요즘 부쩍 동네에 작은 서점이 많아졌다. 몇년 전 ‘동네 서점’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동네마다 작은 서점이 생길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수익구조를 보면, 동네 서점은 대형 서점과는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을 동네 서점으로 끌어당길까? 대형서점에서 구매할 수 없는 것을 찾는 게 더 힘든 세상이지만 그곳엔 없는 단 한가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


동네서점은 주인이 추천하는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책만 팔던’ 지역 서점은 점차 사라지고 콘텐츠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동네 서점’이 등장한 것이다. 서점 운영자는 콘텐츠 호스트가 되어 자신만의 큐레이션과 네트워크로 공간을 채워나간다. 운영자의 커뮤니티 운영능력이 곧 공간의 지속성을 담보한다고도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이런 현상이 서점의 이야기만은 아니란 것이다. 이미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동네를 넘어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

밀레니얼 세대는 합리적인 소비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동네 서점에서 같은 책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소비 패턴은 상품 소비를 넘어 콘텐츠에 소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소재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기에 ‘동네 서점’이 매우 적합하기 때문에 서점이 가장 먼저 등장했을 뿐, 다양한 분야에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새롭게만 받아들여졌던 일들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창업가들이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것은 이제 매우 일반적이다. ‘셰어하우스(share house,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 마련된 공동주택)’, ‘코 리빙(co-living, 영단어 cooperate와 living의 합성어, 함께 삶을 의미)’로 불리는 대안 주거는 이제 더 이상 대안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경제적 지표를 넘은, 네트워크나 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가치를 고려한 소비의 기준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공유문화를 확산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동네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슈퍼, 세탁소, 문구점, 방앗간, 쌀집 등 사라져가던 ‘동네 상점’들은 밀레니얼세대의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상업공간이자 사람이 모이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제는 그림이 걸리고, 강연을 하는 공간만이 문화공간이 아니다. 어떤 공간이든 사람만 모이면 수시로 문화적 사건들이 일어난다. 한 공간이 시간에 따라 상점, 카페, 갤러리, 공연장, 강연장이 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위기를 겪는 동네 소매업은 콘텐츠 기반의 소매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좋은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누가 어떤 콘텐츠로 어떤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가’가 중요한 시대다.



연남장 공연(왼쪽), 연남방앗간 토크쇼(오른쪽)


콘텐츠로 다시 탄생하는 ‘동네’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세상에 나타나며 온라인은 더 이상 오프라인과 구분되지 않는, ‘생활 그 자체’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에서 본인의 콘텐츠를 알리고 쉽게 사람들을 모은다. 이렇게 모인 온라인 트래픽(서버에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 영단어 ‘traffic’은 교통을 의미하기도 한다)은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동한다. 오프라인 트래픽, 즉 유동인구와는 거의 상관없는 새로운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존의 도시 구조와 부동산 시장은 이 새로운 변수에 요동치고 있다. 중심 상권의 공실 문제가 가속화되고, 골목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은 쉽게 사람을 모을 수 있고, 그 트래픽은 곧 시장성을 나타낸다. 자신의 삶의 질과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세대가 동네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은 ‘콘텐츠의 힘’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개인의 콘텐츠가 시장성을 갖고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은 대기업의 시장 독점이 멈추고, 도시가 ‘콘텐츠 중심’ 의 소프트웨어 도시로 변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4차산업혁명을 맞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술 개발만이 아닌 ‘연결’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 사람과 공간과의 연결, 사람과 지역과의 연결은 지역만의 정체성을 띤 ‘지속가능한 동네’를 만들어갈 시작점이다. 사람 중심 커뮤니티와 사업이 자리잡을 수 있는 자생적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청년들이 기존 세대와 협업하며 창조적 마을을 만들어갈 수 있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

제주 리노베이션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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