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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기대하는 문화계 이슈

부천문화재단 정책홍보부
정책웹진 「10,000(만)」2017 연말 결산 좌담회(2)
2018년을 기대하는 문화계 이슈



매년이 다르지 않듯 지난 2017년도 예외 없이 다사다난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사이 새로운 정부를 맞이하기도 하였다. 한편, 부천시는 지난해 11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유네스코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하였고, 20년만에 문화예술회관 건립도 확정되는 등 안팎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였다. 이렇게 많은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지난 연말, 웹진 「만(10,000) 편집위원들과 함께 2018년 주요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는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 일 시 | 2017년 11월 21일(화) 오후 2시
 ⦁ 장 소 | 부천문화재단 회의실
 ⦁ 참석자 (가나다순)
    고영직 | 문학평론가
    김봉희 | 부천문화재단 이사
    배윤수 | 부천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손경년 |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이상민 | 가톨릭대학교 교수
 ⦁ 정리 | 정혜승(부천문화재단 정책홍보부)


(손경년)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문화계에 던진 키워드가 6-7개 정도 된다. 주로 중앙정부 차원의 문화정책 방향, 정책대상과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 중 문화정책 비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빠져있는데, 이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지에 따라, 지역에서 이야기하는 비전이 국가의 비전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배윤수) 지원사업들의 경우, 그동안은 어떠한 맥락으로의 지향점이 없었던 것 같다. 지역을 돌아다녀보면 도시는 ‘풍요 속의 빈곤’, 지역은 ‘빈곤 속에 더 빈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문제, 도시정책들이 모두 지원사업의 틀로 잡혀 있어서다. 청년문화기획자 등 젊은 매개자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 없이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사업이 끝나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미흡하다고 보여진다. 도시재생, 창의도시 등 모두 사실은 사람의 문제인데 정작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한 것 같다. 도시재생을 이야기 할 때 각 지자체에서는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것만 강조하는데, 삶의 윤택함과 풍요로움, 문화적으로 같이 상승할 수 있는 평균률에 대한 가이드가 정책웹진에서 다뤄지면 좋을 것 같다.


(고영직) 문화도시, 창의도시, 도시재생 등 비슷한 용어가 사업상 혼재되어 있는건 사실이다. 맥락이 있어야 한다.

“ 문화정책을 논할 때 인간에 대한 총체적 준비가 전제되어야 ”


(손경년) ‘도시’라는 단어에 기능적 단어를 붙여서 만들어내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문화정책에서의 아쉬움은 인간에 대한 총체적 준비가 빠져있는 것이다. 인간과의 교감이 없이 이루어지다보니 통합되지 않고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문화재단은 뭔가 특별하고 다르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되는, 마치 과외수업처럼 창의성이 작동되고 있다.

(이상민) 지원사업 예산으로 양성하는 인력들이 비정규직으로 재단에서 활동하는데 대부분 11개월마다 계약이 종료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국비에서 내려오다보니 기관들은 정규직 TO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문제로 전환이 불가한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재단에서 해결하라 하고, 지역재단은 문체부에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데 그 사이에 상충되는 Gap이 크다.

(고영직) 지역 분권 현장에서는 인력을 키우는 것에 대한 시도들이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지역의 문화재단들은 결국 지역의 문화 관련 단체나 예술가와 계속 협력해 나가려는 시도들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접촉 지점들을 지역 실정에 맞게 어떤 식으로 섬세하게 다듬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고 지원 트랙들도 그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다.
문화정책은 '추진'이 아니라 '추구'하는 파가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데 대한 구체적인 ‘상’ 이 있어야 한다. 문화정책의 화두는 개개인의 삶이다. 20세기 들어 통신수단이 엄청 달라졌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고립된 시간이 아니라 양질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면 'Technology(테크놀로지)'와 'Smart City(스마트 시티)'는 우려스러운 바가 있다. 지금 시대에 빅데이터보다도 중요한 건 어쩌면 '스몰데이터'가 아닐까. 특히 '스몰데이터'는 문화 쪽에서는 더 전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혼자 양질의 시간을 어떻게 갖느냐의 차원에서.


“ ‘고령화’, 당사자만의 문제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멘토링으로 접근해야 ”


(손경년) 문화정책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 사실은 언어정책이다. 개념화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는 늙어가는 사회를 어떻게 할거냐의 접근이 아니라 우리 삶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살펴봐야 한다. 문화 쪽에서의 고령화 프로그램은 남는 시간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프로그램 속에 들여와서 사회에 투영해 낼지가 중요하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검토는 필요한데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다.

(고영직) ‘고령화’ 하면 인생나눔교실 등 자꾸 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그 차원보다는 멘토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령화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용어 또한 고령화보다는 ‘나이듦’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보인다.


(배윤수)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기업의 문화에 대해서는 초점 있게 다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직장생활 하는 사람이 40~50% 정도 될텐데, 연령별, 계층별로 다양하게 종사하는 직업군에 대해서도 살펴볼 만 하다.


(고영직) 부천문화재단 같은 중간 지원기관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하고, 문체부를 비롯해 지역의 문화재단 같은 지원기관의 정책기조도 과거에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시대에는 맞지 않는 면도 있고 향후 문화정책의 기조는 오히려 ‘지원도 하고 협력도 한다’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모든 종사자들이 지향하는 바는 ‘Cultural Society’가 되어야 하며, 세상은 저절로 바뀌는게 아니므로 각자 처한 상황에서 자기 입장 및 가치 지향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즉 정책 추진도 중요하지만 추구하는 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가치를 만들어가는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부천문화재단은 이를 위한 작은 디딤돌로써 멍석을 잘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업에 있어 성과공유회도 자랑의 자리라는 어떠한 프레임 안에 갖혀 있을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서로 존중 받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술가-예술단체-재단이 서로의 평상에서 어느 한 쪽이 높지 않은 관계의 사슬을 만들고 협력체계를 만들어 나간다면 가치 지향의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이다. 상투화된 법을 만들고 제도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손경년) 중간기구들이 얼마나 투명하게 집행했는가에 대한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것. 그것이 기관의 신뢰도인 것 같다.
또한 사업에 있어 모두가 자기 주권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 전반을 볼 때 매뉴얼을 주지 않으면 창의적이지 않고 너무 박제화되고 있진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2018년을 맞아 정책웹진 「만(10,000)」에 담아낼 이슈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간 뜻깊은 시간이었다. 무술년 새해, 문화예술계 전반에도 따뜻한 훈풍이 불어오길 기대해본다.




※ 본 내용은 지난 2017년 연말 결산 좌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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